카테고리 없음

승무,조지훈 시인

원문서 2021. 5. 15. 13:31



승무
얇은사(紗)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.
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
두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
빈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
잎새마다 달이지는데.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
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
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
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듯 두방울이야
세사에 시달려도 번되는 별빛이라.
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손이 깊은 마음속
거룩한 합장 (合掌)인 양하고 이밤사
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,
얇은 사 (紗)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.